03 변화의 원인
03.1 세계관의 혁명
03.1.1 생존자 편향: 예측 오류에 대한 첫번째 통찰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은 성공 사례나 살아남은 사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인지적 오류를 말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귀환한 전투기의 총탄 자국을 기준으로 방어를 강화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총탄을 맞고도 귀환할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라, 맞으면 추락해 돌아오지 못한 취약 부위를 보강해야 했습니다.
이 원리는 사이버보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미 탐지된 공격 사례만 보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정작 탐지되지 않은 더 치명적인 공격을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이나 발견된 사례만 분석할 것이 아니라, 실패 사례와 탐지되지 않은 공격까지 함께 고려해야 전체 위협 지형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당 통찰이 중요한 이유는, 컨텍스트 분석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존재하는 데이터로부터 존재하지 않는 컨텍스트 데이터를 유추하는 해당 통찰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 확장의 주요한 요소입니다. 창의성의 주요 요소는 수 많은 축적된 데이터들 간의 컨텍스트의 연쇄에 있다는 것입니다.
03.1.2 결정론에서 확률론으로의 진화
양자역학이 가져온 인식론적 전환이 현재 혁명의 진정한 출발점입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코펜하겐 해석은 전통적 결정론을 해체하며, 단순히 물리 법칙을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이는 정확성보다 적응성과 생존성을 중시하는 사고로 전환시켰습니다.
우리의 뇌는 객관적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생존 확률을 극대화하는 예측 기계로 진화해왔습니다. 우주의 확률적 본성을 이해하는 과정은 곧 진화 역시 확률적 과정이라는 점, 그리고 그 결과로 탄생한 뇌도 확률적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AI의 등장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습니다. 우주는 빅뱅이라는 확률적 사건으로 시작했고, 그 안에서 생명은 진화라는 확률적 과정을 거쳐 뇌라는 예측 기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인류는 이 뇌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며 확률적 정보 처리 방식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신경망·베이지안 추론·강화학습과 같은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AI의 발견’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뇌의 확률적 처리 과정을 모방하고 체계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빅뱅 → 진화 → 뇌의 작동 이해 → AI의 발견"이라는 연결고리는 확률적 세계관의 확장을 잘 보여줍니다.
사이버보안에 비추어 보면, 결정론적 사고는 완벽한 방어를 전제로 하는 접근으로,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확률론적 사고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위험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오늘날 보안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03.1.3 제5차 솔베이 회의
이 사진은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세계 최고 물리학자들의 모습입니다. 주제는 ‘전자와 광자(Electrons and Photons)’였으며, 새롭게 부상한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핵심 논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앞줄 왼쪽 다섯 번째), 마리 퀴리(앞줄 왼쪽 세 번째), 닐스 보어(둘째 줄 맨 오른쪽) 등 당대 거장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도 논의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철학적 가설이 아니라 의사실험과 수식을 통해 수학적으로 증명된 원리로서, 결정론적 세계관을 뒤흔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03.1.4 결정론적 관점의 오류와 뇌과학의 증명
현실 세계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완벽한 예측이나 절대적인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확실성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 관점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최적의 대응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양자역학에서 출발해 AI, 경제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으며, 특히 사이버보안에서도 “100% 완벽한 방어는 없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위험 최소화와 신속한 대응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03.1.5 AI는 왜 혹한기를 거쳤는가?
1950년대부터 시작된 인공지능 연구는 세 차례의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198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도 10개가 넘는 인공지능 연구팀이 있었지만, 성과 부족으로 연구 펀딩이 중단되며 대부분 해체되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의 힌턴 교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2012년 전 세계 시각 인식 경진대회에서 힌턴의 팀은 기존 75-80% 수준의 정확도를 85%로 10% 이상 향상시키며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인간 뇌의 시각 시스템을 모방한 결과였습니다. 현재는 98-99% 정확도로 상용화되어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성공의 핵심은 베이지안 통계, 즉 '믿음의 통계'입니다. 18세기 영국의 베이즈 목사가 개발한 이론이 100년 후 재발견되어 현재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베이지안 통계는 개인의 과거 경험(사전 확률)과 현재 감각 정보를 결합하여 예측을 만드는 조건부 확률 체계입니다.
03.1.6 물리학과 생물학의 Gap
물리학은 몇 가지 기본 법칙(예: 만유인력, 전자기학)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을 폭넓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된 원리”로 자연을 이해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생물학은 DNA → RNA → 단백질로 이어지는 기본 흐름(중심설)은 있지만, 실제 생명 현상은 훨씬 복잡해서 단일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전자 외에도 환경, 세포 간 신호, 진화의 역사 같은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물리학은 이론으로 먼저 예측하고 확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물학은 실험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뇌과학이나 의식 연구처럼 복잡한 분야는 이 “간극(Gap)”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03.2 칼 프리스턴
03.2.1 칼 프리스턴에 대한 이해
칼 프리스턴은 의학, 신경과학, 물리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배경을 바탕으로 뇌 연구와 인공지능 이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학자입니다. 그는 뇌영상 분석 도구인 SPM을 개발하여 신경과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베이지안 통계, 마르코프 체인, 프리 에너지 원리를 정립함으로써 AI의 근본적 사유 체계를 마련하였습니다.
프리스턴이 제시한 프리 에너지 원리는 물리학의 최소 작용 원리를 생명과학에 적용한 개념으로, 생명체가 끊임없이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을 제공합니다. 이는 생명체와 인공지능 모두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확률적·수학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우리의 의식과 행동 또한 불확실성 속에서 오류를 줄여 나가려는 지속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원리를 통해 생명현상은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물리학처럼 통합된 법칙으로 설명 가능한 과학적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동시에 딥러닝의 철학적·수학적 토대가 확립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RIKEN 연구소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나아가 Active Inference 기반 차세대 AI 개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생명과학과 인공지능 모두에 있어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혁신적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03.2.2 뇌의 예측 오류 최소화 원리
프리스턴은 단순히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 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뇌가 어떻게 세상을 예측하고 학습하는지를 ‘예측 오류 최소화 원리’로 설명하며,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에 대한 통설적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챗GPT, 이미지 분석, 자율주행 기술은 모두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물리학과 생명과학의 복잡한 현상들 또한 그의 프리 에너지 이론과 능동추론에 의해 설명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인간 뇌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AI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03.2.3 칼 프리스턴 이론의 컴포넌트
프리스턴 이론의 근간은 바로 확률적 추론입니다. 18세기 베이즈가 제시한 조건부 확률 공식은, 뇌가 어떻게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추론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입력된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믿음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관찰을 통해 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비가 올 확률이 50%’라는 예측은 하늘이 어두워짐에 따라 70%, 80%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딥러닝이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줄여가며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에 더해, 마코프 경계라는 개념은 세포막이나 감각기관처럼 시스템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면서도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설명합니다. 결국 프리스턴은 이 수학적 틀을 통해 생명현상과 의사결정 과정을 하나의 확률 모델로 통합하였습니다.
03.2.4 칼 프리스턴 이론 정리
생명체는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라 예측하는 기계입니다. 뇌는 끊임없이 예측 모델을 세우고, 그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지각을 업데이트하며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능동추론(Active Inference)이며, 이는 생명체의 생존과 학습을 설명하는 근본 원리입니다.
03.2.5 칼 프리스턴 이론의 융합적 확장
프리스턴의 이론은 과학을 넘어 인간과 사회, 철학까지 설명하는 융합적 틀입니다. 이 이론이 실제로 각 학문 분야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신경과학 & 정신의학
o 정신분열증: 예측 오차 처리 장애로 재해석
o 자폐 스펙트럼: 감각 예측 모델의 이상으로 설명
o 우울증: 부정적 예측 편향과 학습된 무력감
o PTSD: 트라우마 기억의 예측 모델 고착화
o 뇌 가소성: 베이지안 학습을 통한 신경 연결 재구성
② 인공지능 & 로보틱스
o 예측 코딩 AI: 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의 이론적 기반
o 로봇 제어: 감각운동 예측을 통한 자율 행동
o 컴퓨터 비전: 예측 기반 이미지 인식
o 강화학습: 환경 모델 구축과 행동 선택
③ 인지과학 & 심리학
o 착시 현상: 뇌의 예측이 감각을 왜곡하는 메커니즘
o 학습 이론: 예측 오차 최소화로 학습 과정 설명
o 주의 메커니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정보 선택
o 기억: 예측에 유용한 정보의 선별적 저장
④ 사회과학
o 집단 행동: 사회적 예측과 집단 지성
o 경제학: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 모델
o 교육학: 예측 기반 학습 효과 최적화
⑤ 철학
o 의식: 예측 모델로서의 자아 인식
o 자유의지: 능동추론과 결정론의 관계
o 마음-몸 문제: 베이지안 뇌 이론
03.2.6 더 나은 AI를 향한 진화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AI는 최악의 AI다”라는 말은 AI에 대한 단순한 비관적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AI가 등장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표현입니다. 이러한 맥락을 보여주는 사례가 사진에 등장한 CB2(Child-Robot with Biometric Body)입니다. 이 로봇은 인간형 로봇으로, 주로 아동 발달 연구를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오사카 대학 아사다 미노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개발된 이 로봇은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모방하여 학습과 인지 과정을 탐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CB2 주요 특징:
· 인간형 디자인: CB2는 인간 아기의 모습을 모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 발달 연구: 주로 아동 발달 과정에서의 학습 및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데 활용됩니다.
· 복잡한 구조: 56개의 공기 액추에이터, 약 200개의 피부 센서, 2개의 카메라, 2개의 마이크, 인공 성대 등을 갖춘 매우 복잡한 로봇입니다.
· 불쾌한 골짜기 현상: CB2는 인간과 유사한 외형으로 인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 관련 연구: CB2는 인간의 표정, 감정, 신체 감각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받아, 실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데 사용됩니다.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연구하여, 미래의 로봇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03.2.6.1 용어집 #8
※ 인지적 편향과 철학
① 생존자 편향 (Survivorship Bias)
o 실패 사례는 사라지고 성공 사례만 남아 잘못된 일반화를 낳는 현상
o 2차 세계대전 폭격기 연구에서 탄환 자국이 없는 부위를 보강해야 함을 발견한 사례
o 보안에서는 성공보다 실패 시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교훈
② 결정론적 vs 확률론적 사고
o 결정론적 사고는 동일한 원인과 입력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관점
o 확률론적 사고는 불확실성과 확률적 인과성을 중시하는 관점
o 보안은 “완벽한 보안”에서 “위험 관리”로 전환되는 패러다임 변화
※ 칼 프리스턴의 뇌과학 이론
① Free Energy Principle
o 예측과 실제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뇌의 본질적 원리
o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학습 구조
② Active Inference
o 환경을 탐색하고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뇌의 원리
o 내부 모델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외부 세계를 추론하는 기제
③ Bayesian Brain
o 베이즈 확률론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메커니즘
o 기존 신념과 새로운 관찰을 통합하는 확률적 추론 기계로서의 뇌
④ Markov Blanket
o 시스템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 개념
o 세포막과 감각기관을 통한 상호작용 구조
o 보안에서 DMZ 같은 보호 경계를 설명하는 원리
⑤ Predictive Coding
o 예측과 실제 관찰의 차이를 줄여가는 정보처리 방식
o 효율적 학습과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는 뇌의 핵심 원리
⑥ 엔트로피 (Entropy)
o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과 정보량을 나타내는 개념
o 무질서도와 연결된 수학적 정의
o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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